Polestar
두 번째 BRAND archive
자동차 업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무결점 브랜드, 폴스타다.
무결점 브랜드라고 칭한 이유는
좋은 브랜드가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비주얼부터 보고 시작하자.
https://youtu.be/i1 fcCVNruGI? si=-1 ssSokSyWXaXtiD
이거 뭐 대단한 걸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영상이 아니다. 그냥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영상들 중 아무거나 하나 가지고 온 거다. 아무 장면이나 스크린숏 한 거다. 근데 하나같이 완성도 있다.
지금 벌써 브랜드의 색깔이 보이는가? 뭔지 모르긴 몰라도 이 영상 하나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미감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2020 RED DOT 디자인 어워즈를 수상한 브랜드의 감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내친김에 브랜드 론칭 영상 보고 오자.
https://youtu.be/LvIs9-V-yPo? si=4 xcKVlaf7 dibvPt4
자 이 영상은 브랜드 론칭 영상이자 RED DOT 어워즈 제출 영상이다. 2020년 그 해 브랜드 수상을 했다.
이 영상에서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은 물론, 기본적인 디자인 시스템과 톤 앤 매너, 무드를 담았다.
이렇게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거나 리브랜딩 할 때 (폴스타는 두 가지 경우 모두 해당한다) 대부분의 경우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웃소싱을 한다. 아무래도 브랜딩만 하는 전문가 집단에 의뢰를 하는 편이 훨씬 완성도가 있으니까.
이건 SDL(스톡홀름 디자인 랩)이라는 디자인 에이전시가 맡아서 리브랜딩/론칭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보통 리브랜딩을 어떤 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디자인 규칙이 어때야 하는지 정말 디테일하게 고민하며 완성도 높은 브랜드 가이드가 나온다. 멋지다.
그런데 중요한 건 디자인 에이전시가 떠나간 뒤다. 에이전시가 잘 잡아준 가이드라인을 정말 잘 지키면서 진화하는 건 온전히 그 브랜드의 몫이다. 이걸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브랜드가 정말 흔치 않다.
그런데 폴스타는 그걸 해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가이드를 잘 따랐다는 것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가?
지금부터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폴스타의 특징을 톺아보겠다.
자동차 업계에 없던 새로움
폴스타가 좋은 이유 첫 번째, 바로 새로움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새로움을 제시하는 브랜드는 좋은 브랜드이다. 소비자의 경험과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을 완성도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브랜드이다.
폴스타는 뭐가 새로운가?
✅새로운 점 1. TYPOGRAPHY OBSSESION
폴스타는 파이포그래피에 진심이다. 본인들만의 폰트는 물론, 다양한 매체에서 어떤 규칙으로 표기를 할지 방식까지 디테일하게 규정한다.
그래 뭐 브랜딩 잘한 회사는 당연히 이런 거 있다. 그런데, 시각 디자인이 아니라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제품의 존재감이 강력한 산업이라면, 이런 디테일한 요소를 등한시되기 쉽다.
폰트는 사실 2D 매체에서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평면에서 존재하고, 지류나 화면 등 매체 속에서 존재한다.
3D 물체에서 폰트와 그리드 시스템이 강력한 임팩트를 가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폰트는 현실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폴스타는 자동차에도 그냥 폰트를 냅다 박아버렸다. 그것도 그리드까지 맞춰서.
자동차 내 외부에 타이포를 배치해서 스펙과 기능, 소재를 나타내는 방식은 본 적이 없다. 타 브랜드는 기껏해야 모델 명 정도 들어갔었다.
그런데 저렇게 수치와 함께 숫자를 적으니 되게 미래적이다. 절제된 사이버펑크다. 확실히 세련되고 깔끔한데 특별하고 멋지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 센서나 베터리에까지 표기를 하는 건 애플스러운 집착이다. 하지만 저런 디테일이 이 브랜드와 제품에 애착을 가지게 만든다.
✅새로운 점 2. FASHION MOTIVE
두번째 새로운 점은 조금 더 인테리어 디자인 적인 접근이다. 타이포와 함께 인테리어 내부에서 패션 디자인의 요소가 군데군데 보인다.
내장재부터, 지퍼가 연상되는 센터콘솔 스티치와 알루미늄까지.
자동차는 흔히 기계, 거실, 달리는 집 뭐 이런 키워드와 많이 사용되었고, 전기차 시대로 들어와서는 움직이는 컴퓨터, 전자제품 뭐 이런 키워드와 많이 어울렸는데 여기에 친환경에 패션을 섞었다. 전자기기 이미지가 강했던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패션의 키워드를 가지고 온 애플워치의 전략을 보는 것 같다.
이 역시 새로운 접근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거의 없었거나 등한시 되던 포인트를 폴스타가 강하게 가지고 왔다. 새롭고 매력적이다.
모든 접점에서 느껴지는 일관성
폴스타가 좋은 이유 두 번째, 바로 일관성이다.
좋은 브랜드는 하고자하는 말을 명확하게 일관되게 전달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치면(일단 폴스타는 있다. 디자인, 고성능, 그리고 지속가능성) 그걸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가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일관된 점 1. COLOR
폴스타가 사용하는 컬러를 보자.
아무런 설명없이 질문하나 하겠다.
폴스타의 대표 색깔은 뭐라고 생각하나?
힌트를 주자면 메인 컬러가 하나 있고, 포인트 컬러가 하나 있다.
맞다. 흰색(혹은 무채색 계열)이 메인 컬러고, 스칸디나비안 골드라 불리는 노란색이 포인트 컬러다.
다른 회사도 자기들만의 컬러가 있다. 브랜딩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랜드가 자기만의 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폴스타는 색상의 위계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다.
우리가 주로 쓰는 색은 흰색, 포인트를 주는 색은 노란색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사용하는 면적의 비율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트 정도의 면적과 안전벨트의 면적을 보라. 시트 정도의 면적은 흰색으로, 안전벨트는 노란색으로 하면 그 면적의 비율이 나온다. 폴스타가 만약 노란색을 사용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비율을 절대로 넘지 않는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노란색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면적은 흰색/무채색을 유지한다.
전체 슬라이드 쇼 면적에서 딱 한 꼭지만 노란색.
휠이 전체 면적이라면 딱 브레이크만 노란색.
책상이 전체 면적이라면 딱 조명만 노란색.
매장이 전체 면적이라면 딱 데스크만 노란색.
인포그래픽에서 마찬가지.
아니 심지어 아무도 신경 안쓸 공장의 노란색 사용 비율까지 저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정말 미친듯한 일관성이다.
폴스타 유투브 최신 쇼츠 화면을 캡처해도 흰색/무채색 비율과 노란색의 비율은 언제나 유지된다.
정해진 컬러를 잘 쓰고 있는 브랜드도 몇 없지만, 컬러의 위계를 맞춰서 제품이건, 영상이건, 책자건 모든 접점에서 유지하고 있는 건 폴스타 외의 자동차 브랜드를 본 적이 없다.
✅일관된 점 2. GRID
아까 폰트 얘기 하면서 나온 그리드. 그것도 정보의 층위를 나는 개념인데, 헤드라인하고 서브 헤딩을 나누어서 정보를 표기하겠다는 원칙이었다.
이걸 폴스타 본인들의 차에는 물론이고,
콜라보한 자전거에도 적용하고,
매장과 본사까지 원칙을 적용한다.
하 난 특히 저 매장 오프닝 아워 표기하는 거 보고 진짜 위계가 찰떡으로 들어맞아 떨어지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이걸 이렇게까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실제로 잘 적용하고 있는거. 대단하다.
이게 통일성UNITY와 일관성 COHERENCE은 다른데 똑같은데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저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원칙과 무드가 중요한 거지.
얼마든지 저 틀 안에서 변주를 줄 수 있는 거다. 아래 영상과 같이.
https://youtu.be/sc3i-wJBgvI? si=xFQxFO5 iwOqqlITP
✅일관된 점 3. TONE & MANNER
위에 두 요소를 아우르는 가장 거시적인 관점이다. 톤 앤 매너가 무엇인가? 전체적인 거다.
자, 내가 만약에 청혼을 한다. "나와 평생을 함께 해줄래?"라는 말을 하며 프러포즈를 할 것이다.
어디서 청혼할 것인가?
그 장소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음악이 나오고 있다면 어떤 음악이면 좋겠나?
식당이라면 어떤 음식을 파는 곳일까?
술도 마신다면 주종은 무엇인가?
난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난 어떤 향이 나고 있는가?
난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는가?
상상했는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뭐가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만약 저런 프로포즈를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싸우고 있는 테이블 사이에서 트로트 음악이 나오고 있는 곳이고
대낮인데, 난 힙합 모자에 배기팬츠를 입고 주머니에서 바나나껍질을 꺼냈다고 해보자.
아무리 내가 프러포즈 각을 잡아보아도 그 진실성이 전달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오히려 혼란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자, 이게 바로 일관성이다. 각각의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톤 앤 매너가 일치하는 것.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모든 소비자 접점에서 일관된 모습으로 보이는 것. 그게 좋은 브랜드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무채색의 이미지는 사실 인테리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포인트 컬러는 중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부분에만 그 비율에 맞추어 적절히 사용되며, 저 폰트는 당연히 폴스타의 Unica77 폰트이다.
일관된 경험은 폴스타의 앱에서도 당연히 느껴진다. 컬러와 폰트는 물론이고 평면적인 UI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UI와 같다.
그런 경험은 카탈로그 책자에도 이어지고, 살면서 우린 가보지도 않을 본사의 건축물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아니 본사 내부 화장실 사이니지도 폰트를 통일했고 심지어 주차장까지 같은 폰트에 포인트 걸러 노란색으로 선을 그린다니까?
현대 자동차 본사 가면 주차장에 파란색으로 선 그려놓을 거 같아?
아니라니깐. 이거 진짜 대단한 거라니깐.
나스닥에 상장할게 뿌리는 종이 색도 포인트 컬러야. 미치겠다. 졌다. 졌어 내가.
요즘 브랜드는 미디어를 통해 많이 노출된다.
인스타나 유튜브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사진이나 동영상도 되게 중요한데, 이것 역시 퀄리티 컨트롤을 하기 되게 어렵다. 비교군 제시해서 알려주겠다.
우선 폴스타. 지금까지 위에서 봤던 이미지들과 분위기가 비슷하게 차분하고 푸른 계열 색상이지만 세련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일관된 무드다.
자, 다음은 얼마 전까지 폴스타와 같은 회사였던 볼보, 벤츠, 현대자동차이다.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어떤 게시글은 귀엽고 어떤 포스팅은 니치하며 어떤 이미지는 고급스럽고 어떤 광고는 서정적이다. 당최 그 브랜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볼보, 벤츠, 현대 모두 브랜드 컬러도 있고, 폰트도 있다. 폴스타보다 훨씬 잘 나가는 브랜드다. 그러니까 폰트가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잘 만들어 놓으면 뭐 하냐. 잘 지키질 못하는데?
https://youtu.be/6 Ir5 OEB1 adU? si=6 VDalszjGQKOmi_b
그런데 폴스타는 영상까지도, 썸네일까지도 음악까지도. 심지어 다른 브랜드 스피커가 들어간다는 내용인데도 일관되게 전달한다.
다시 말하면 썸네일도 '폴스타스럽고' 음악도 영상의 트렌지션도 '폴스타스럽다' 이건 폰트를 잘 사용했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브랜딩의 비결. CEO가 디자이너.
폴스타 그 엄청나게 큰 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이 모이고 팀이 생기게 되면 업무가 나누어진다.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사람과 매장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사람은 서로 만나본 적도 없을 것이다. 공장에 페인트를 칠하는 사람은 말도 안 통하는 다른 나라 사람일 지도 모른다. SNS에 포스팅을 하는 직원은 계약직일 수도 있고, 그 포스트를 위해 자동차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는 외주업체 대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이 각각 하는 작업에 폴스타의 일관성이 녹아 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폴스타 임직원 모두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미친 듯이 높거나 모든 것이 브랜드 본부의 의사결정을 받아 통과해야만 진행되는 프로세스 일지 모른다. 어느 쪽이건 아예 다른 쪽이건 이걸 실행하려면 강력한 드라이브가 있어야 한다.
폴스타의 창립자이자 CEO는 디자이너다.
맞다. 이제 설명이 된다.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정갈하고 일관된 브랜딩을 계속 발전시키기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았다.
https://youtu.be/FQ1XOPluJEs?si=s5A4TiKOy3GEmgMv
폴스타의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CEO 토마스 잉겔라트(Thomas Ingenlath)
벌써 몇 년 전 영상인데 전혀 올드하지 않지 않은가. 절제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브랜드 이야기를 하느라 정작 차에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원칙에 충실하고 기능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특히 폴스타 4, (지금 썸네일에 천으로 덮여있는 차/ 이젠 출시한 지 오래) 저건 내 첫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작년 10월 판매부진의 이유로 토마스 잉겔라트(Thomas Ingenlath) 아저씨가 물러나고 새로운 CEO 마이클 로셸러(Miclael Lohscheller)가 왔다. 중국과 미국은 이런 절제된 디자인이 먹히지 않는 것이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고 성능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겠다고 선언을 했다. 하. 안타까운 현실이다. 좋은 디자인과 잘 팔리는 디자인은 항상 같을 순 없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