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NDISKBrand Archive 2025. 3. 9. 17:32
세 번째 BRAND Archive는 샌디스크이다.
사실 B/A로 가지고 오기 조금 이른 감이 있다.
로고를 잘 디자인한 것과는 다르게 브랜딩은 훨씬 길고 복잡하고 넓은 개념이라 생각하기에이 회사가 앞으로 이 새로운 얼굴을 얼마나 잘 가꾸어 나갈지를 오랜 시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공개된 브랜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보기만 해도 하드웨어 이상의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브랜딩으로 새로운 얼굴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지, 굉장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아카이빙 해보고자 한다. 브랜드의 여러 가지 특면 중에서 시각물, 특히 로고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약간 끊기는 듯한 모션. 화려하고 멋지다. 자 일단 이게 로고인데, 이게 얼마나 멋있어진건지 알기 위해서는 이전 이 회사의 이미지를 보고 와야 한다.
리뉴얼 직전 샌드스크 로고
왜 이런 로고로 디자인을 하였으며, 왜 좋은 리브랜딩이라 생각하는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다.
샌디스크는 어떤 업계에 속해 있는가
자 우선 이 회사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포지션일까?
샌디스크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 보면 되게 시시한 회사다. USB메모리와 같은 SSD나 HDD 같은 저장 장치를 만드는 회사이다. Ai 소프트웨어를 막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최첨단 자동차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저장매체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이다.1995년 부터 2007년까지 사용하던 로고
로고 역시 그에 걸맞게(?) 그냥 무난 무난하다
이런류의 회사는 많다. 경쟁사는 삼정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웨스턴 디지털(물론 이젠 샌디스크 모회사지만) 등등이 있고 무심하게 한 번씩은 내 이동식 디스크에 로고가 박혀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한 번씩은 봤지만 브랜드를 막 주목해서 보지 않았던 그런 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이런 류의 브랜드 로고는 죄다 비슷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다지 새롭지도 설레지도 않고 그냥 뭐 옛날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적당히 잘 나가고 있을 거 같은 느런 느낌. 등치 크고 재미없는 대기업느낌.
이 업계 로고가 공통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1. 역사적 맥락.
반도체 자체가 일상 소비재가 된 지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기기가 소비재가 된 경우는 많았지만 말이다. 반도체를 받아서 완성된 전자기기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브랜드는 감도가 더 살아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이 많고 다채로운 B2C 기업에 가까운 형태기 때문이다. 반면에 저장매체 기업은 사실 기업의 태생부터 B2B 기업에 가까웠다. 그래서 주 고객도 다른 기업들이었을 것이다.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대중에게 보급되고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나타나면서 일반 소비자가 저장 매체 자체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 이동식 ssd 같은 건 사실 저장매체에 껍데기만 씌우면 되니까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형태까지 자체적으로 만들기 쉬웠고, 그렇기 때문에 저장매체 회사들이 이런 일반 소비자용 제품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먼 여전히 브랜드의 근본은 B2B 기업에 있다.
2. 제품 특성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sd카드나 usb 같은 경우도 브랜드의 개성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우리가 이런류의 저장매체를 고를 때는 크게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여러 기기에 사용이 가능한가? 호환성. 저렴한가? 가격. 저장 데이터가 손실되지는 않을까? 신뢰성.
SD 카드를 만든다고 하면 각기 다른 메이커가 다 완벽하게 동일한 규격을 따라야 한다. Usb도 그렇고, 호환성을 가장 우선으로 둘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품에 개성을 더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다. 그리고 저장 매체의 역할은 단순하기도 하고 보통 눈에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 똑같이 생겼으면 이제 우린 가격을 본다.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기능이니 비교가 너무 쉬우니까. 동일한 잣대로 비교가 가능해지면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기 쉽다. 동일한 용량이면 싼 걸 고르고 싶어진다. 혹은 더 믿을만한 브랜드를 고르겠지? 소중한 데이터가 잘 저장되어야 하니까.
소비자가 조금 더 전문가라면 읽기와 쓰기 속도도 보겠다.
어쩠던 결과적으로 성능과 가격만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이다. 브랜드는 여기서 성능을 보장해 주는 보증 수표 정도로의 역할로 축소된다. 삼성. 소니. 이런 브랜드가 여기서는 그냥 Made in japan. Made in germany. 문구 정도의 역할이라는 거다.
사실 기업 입장에선 꾀나 합리적으로 브랜딩을 해 온 거다.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디자인을 하고자 했겠지. 그래서 삼성도 별도의 로고를 안 사용한 거고 sk도 반도체 제조공장 로고와 동일한 로고를 그냥 일반 소비재에 박은 거다.공장 간판이 그대로 일반 소비자 제품 패키징에 로고로 사용 차이가 좀 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아이폰에 아이폰 제조공장 폭스콘 로고를 박은 거나 다름없다. 브랜딩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샌디스크 로고
근데 이 업계에서는 그게 보증수표의 역할로써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이었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유산을 그래도 살리는 것. 샌디스크도 로고가 몇 번 바뀌었지만 유산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n과 D 가 이어져 있으며 D가 오픈된 형태로 유지되었다.
🔍태양(Sun)과 반도체(Disk)를 형상화 한 네모꼴이 유지된다. (마지막에는 i의 점으로 네모가 이동했다)🔍전체적인 글꼴이 세리프체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붉은색 1도의 평면 컬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매체를 위해 최근에 변경된 부분이 아니다. (그냥 크게 신경 안 쓰고 단순하게 칠했다는 뜻)
자 우리가 이렇게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저장매체라는 시장에서 브랜딩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자 그럼 이 관점에서 다시 리뉴얼된 로고를 보자.https://youtu.be/x3ReZcG8AQI?si=rnR-18UDyIKfd-ps
신기하다. 놀랍기도 하다.
일반적인 소비자 관점으로 봐도 되게 화려하고 인상적인데,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급진적인 브랜딩이다. 그래서 새롭다.
🔍로고의 서체를 zero부터 새롭게 만들었다
🔍네모를 기반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S가 엄청 개성 있고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활용했다
🔍오픈 타입의 D를 통해 유산을 살렸다
🔍사이버펑크 느낌이 모든 부분에서 난다영상에서 너무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픽셀 기반 디자인이라고 한다.
기존에 로고에서도 디스크를 상징화 한 네모를 계속 정체성으로 가지고 오고 있었는데, 이 사다리꼴을 정사각형으로 정돈하면서 '픽셀'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왜 픽셀이냐고? 디지털 데이터의 최소 단위이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매체를 만드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말하는 거다.
지금까지는 저장 매체, 측 '하드웨어'에 포커싱을 두었다면, 이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저장하는 '데이터'에 포커싱을 두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샌디스크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쪽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더보기SanDisk SecureAccess: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하여 보안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RescuePRO:삭제된 파일을 복구할 수 있는 데이터 복구 소프트웨어
Dashboard 소프트웨어: SSD의 상태 모니터링,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지원하는 관리 도구
우린 단순히 저장매체나 만드는 그런 올-드한 기업이 아니야!
이 도래하는 AI 시대에 데이터는 더 방대해지고 중요해질 거고 우린 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지키는 다양한 설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게 이 새로운 로고에서 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더해 사이버펑크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첨단 기술과 미래적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브랜드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이버 펑크라는 말이 벌써 여러 번 나왔다. 샌디스크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이쯤에서 한번 정리할 때가 되었다.
사이버펑크(Cyberpunk)란?
사이버펑크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Sci-Fi) 장르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첨단 기술과 디스토피아적인 사회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요 특징
더보기1.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사회적 불평등
• 인공지능(AI), 사이보그, 해킹, 가상현실(VR), 생체공학 등이 발달
• 그러나 정부의 통제력은 약화되고, 거대 기업이 사회를 지배
2.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 부패한 정부, 거대 기업의 독점, 빈부 격차 심화
• 사회는 혼란스럽고 범죄가 만연
3. 핵심 캐릭터 유형
• 해커(Hacker):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 시스템을 조작하는 인물
• 사이보그(Cyborg):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인간
• 안티히어로(Anti-hero): 정의로운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
4. 누아르(Noir)적 분위기
• 어두운 도시 풍경, 네온사인, 비 오는 거리
• 등장인물 대부분이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태도를 가짐
5. 철학적 주제
• 인간과 기계의 경계 (ex.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 자유 의지 vs. 기술의 통제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
이미지로 보면 대충 이렇다
사이버 펑크 장르의 시초라고 불리는 뉴로멘서 1984 Blade Runner 1982 공각기동대 1995 매트릭스 1999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원래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이 강했고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기술중심 시대로 발전하면서 국가보다 힘이 강력한 거대 기업이 생기고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를 다루는 그런 공상과학 장르로 출발했다.
그런데 비주얼만 보면 고도로 발전한 도시, TECH,.. 간지 나잖아?
최근에는 실제로 BIG TECH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 기업들이 생각보다 우리 삶과 밀접하고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사이버펑크 시대로 넘어가는 건가 느끼긴 하지만 긍정적인 느낌이 강해졌다고 보이고, 위 비주얼들을 보면 지금 다시 유행하는 Y2K 이미지까지 가져간다. 뉴트로 느낌도 나고.
콘셉트는 노골적으로 사이버펑크
https://youtu.be/uPYErkgHLzk? si=_T-TfTef-rsU4 Hhw
공교롭게 당시에 가장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 도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장르라서 일본어와도 연결성이 강하다.
영어 로고를 세로로 쓰는걸 고려하는 외국 브랜드가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보니 얼핏 일본어 같기도 하다 이런 기계공학적인 표현들 사이버 펑키한 그래픽이 연상된다. 샌디스크의 이번 리뉴얼은 노골적으로 '사이버펑크'다.
비단 샌디스크뿐 아니라 사이버 펑크 느낌을 가져가고 싶어 하는 회사는 더러 있다.
미래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하면서도, 사이버펑크 특유의 첨단 기술과 디스토피아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제 그 디스코피아적 감성은 부정적인 걱정이 아니라 힙함이 된 거니까,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기에 현시점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이름부터 사이버펑크를 연상하게 한다. Nothing Tech. 프로덕트 디자인부터 그래픽과 로고까지 회사 근본이 사이버펑크 느낌. 아크로님, 발렌시아가, Y-3 Guerrilla Group, 1017 ALYX 9SM 같은 하이테크 패션 브랜드 RAZER, ROG 등 게이밍 브랜드 현대 자동차 N Vision 74 까지 Y2K와 더불어 영화적 상상을 가미한 미래가 현실이 된다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특히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이런 사이버 펑크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힙함을 챙기는 것이 아닐까.
샌디스크는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첨단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펑크 이미지를 가져가는 브랜드는 많았다.
하지만 샌디스크가 속한 업계에서 이러한 행보를 보인 브랜드는 처음이었고, 사이버 펑크 이미지를 가져간 것 이전에 그냥 브랜딩에 이 만큼 신경 쓰고 급진적으로 방향을 잡은 브랜드가 이 업계 기업이 굉장히 드물어서 괜히 신기하고 설렌다.사실 샌디스크는 브랜드 가치를 잘 유지하며 오랜 시간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로고 리뉴얼을 시작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된다.
일단 브랜딩의 첫 시작은 아주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다.
정체성도 명확하고, 콘셉트도 목표와 일치한다.
좋은 디자인이다.
자 이제 이걸 앞으로 어떻게 잘 적용하고 유지해 나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남았다.
좋은 브랜딩을 할 차례이다.
+
리뉴얼된 로고 공개한 지 2개 월지 지났는데, 아직 공식 홈페이지 로고도 안 바꿨다.
생산되는 제품들에 박힌 로고는 언제 바뀔지...이미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건 원래 동시에 촤촤작 진행되어야 '아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나..!'라고 소비자가 생각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과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정말 다른 이야기이다.
브랜딩이 이렇게나 어려운거다.
현재까지 샌디스크는 좋은 로고 디자인을 만들걸로만 정리하자.
'Brand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항공 : 2025 CI renewal (0) 2025.03.16 Polestar (0) 2025.02.15 Open AI : 2025 re-branding (1)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