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 2025 CI renewalBrand Archive 2025. 3. 16. 13:14
대한항공이 새로운 cooperate identity를 공개했다.
네 번째 BRAND Archive로 다루어보겠다.
디자이너가 아닌 친구들도 상당수가 나에게 대한항공 로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 기업의 로고 리뉴얼로 우리나라가 이렇게 관심을 보인적이 있을까? 정말 핫하다. 그만큼 대한항공이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 브랜드라는 증거이다.
뜨거운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차갑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어려운걸 쉽게 만들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어떤 형식으로든 효용감을 줄 수 있을 것은 좋은 디자인임을 판단하는 근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누구나’(비록 디자인이나 미감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브랜드를 잘 전달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게 브랜딩의 목표니까.
하지만 우리가 평가를 할 때 ’그냥 내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라는 평가는 지양해 보자.
어차피 ‘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한 것도 아닐뿐더러 당신 말고 어떤 누군가는 그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한다.
저런 평가는 디자이너에게는 마치 상온을 유지하고 있는 쾌적한 지하철에 누군가는 덥다는 민원을 누군가는 춥다는 민원을 동시에 넣는 상황일 수 있다. 당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지.
게다가 배우신 디자이너 입장에선 그런 내 눈엔 안 이쁨 식 평가는 뭣도 모르고 그냥 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디자인을 평가할 때 ‘그냥 안 이쁨.’ 이 아니라 나름대로 왜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우리 모두 수준 높은 대중이 될 것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게 되는 디자이너들도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아니 진짜로. 하다못해 누군가는 우리가 매일 밟는 보도블록 마감 수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인트로 하다가 딴 길로 샐 뻔했다. 시작하자.대한항공의 새로운 로고
이번 리뉴얼은 디자인 에이전시 Lippincott가 맡았다. 우선 2025년 3월 막 공개된 대한항공의 로고부터 보자.
🔍태극 마크가 단순한 라인 형태가 되었다.
🔍태극 마크가 KOREAN 속 O위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심벌로써의 위치를 강화한다.
🔍짙은 남색으로 바뀌었고 1개의 색으로 통일되었다.
딱 보았을 때 느낌이 어떤가?
호불호를 떠나 굉장히 단순해지고 평면적이 되었다. 폰트도 로고도 얇아져서 어딘가 비어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기존 로고가 사실 무지 개성 있고, 무지 강력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대한항공 CI 이전에도 한 번도 '우와 예쁜 로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한항공의 어설픈 ㅇ 모양이며, 국문과는 결을 전혀 다르게 가져가고 있는 영문 폰트는 색상만 달랐더라면 아예 다른 브랜드로 보인다. 확실히 50년 전에 만든 로고 같다. 그러나 모든 로고가 비슷해지고 있는 요즘 이렇게 개성이 강하고 좋은 추억과 함께했던 예전 로고들이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다시 좋아 보이는 시점이다.
자 그럼 왜 이 시점에 갑자기 잘 쓰고 있던 대한항공 로고를 전면적으로 바꾼 것일까?
다시 기존로고를 보면 1980년대 로고들과 공통적인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그 당시 만들어지고 사용했던 로고들은 대게 이런 비슷한 느낌이다.
어쩜 사용하는 색상도 그렇고, 개성 있는 폰트 스타일이나 (심지어 국문 영문 한자 폰트가 따로 노는 것도) 느낌이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전자기기 회사부터 방송사, 아이스크림 만드는 회사에서 항공사까지 말이다.
이건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같이 보면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 컬러 TV의 보급
1980년대는 우리나라에 컬러 TV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던 시기이다.
당시 TV들은 브라운관 TV였는데, 브라운관 특성상 원색이 가장 강렬하게 표현된다. 화면에서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많은 방송국이나 광고를 하는 회사는 컬러가 잘 보이는 원색을 선호했을 것이다.
✅ 인쇄 기술의 제약
1980년대 우리나라의 인쇄 및 그래픽 기술은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 CMYK(4도 컬러) 인쇄가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실크스크린, 오프셋 인쇄 정도의 컬러 인쇄 기술이 접근 가능한 기술이었다. 이런 기술들은 4도 컬러에 비해 원색 구현과 재현이 용이했다. 기업들은 인쇄에서도 구현이 쉬우면서 단순하고 강렬한 색상을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 이쯤 되면 당신도 당시 주력 매체와 로고 디자인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로고 리뉴얼의 흐름은 큰 틀에서 이 방향을 따른다.
✅ 국가 이미지와 민족주의
당시 시대상은 한민족, 우리나라, 애국심이 강조되던 시대이다.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색도 분명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라를 대변하는 국적기 브랜드를 제외하고도 황, 청, 적은 널리 사용된 것을 보았을 때 이런 시대적, 문화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두둥 탁 소고에서 사용되던 바로 그 문양과 색상.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선 전통적이다.
✅ 당시 트렌드일지도..?
트렌드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잘 나가는 애들이 하면 대세가 생기고 대세를 따라가게 되는 게 트렌드이다. 당시 잘 나가던 대기업들이 선두적으로 이런 기업 로고의 개념을 가지고 왔을 것이고, 삼성은 파랑 (삼성 CI는 1993년에 리뉴얼됐지만, 그 이전부터 파랑 계열 사용), LG는 빨강, 현대는 파랑, 대한항공은 빨강/파랑 이런 식으로 원색을 기업의 색상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로고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군... 생각하고 다들 따라 했을 수 있다.
자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존 대한항공 로고는 뭐 대단히 대한항공의 정체성을 담은 것도 아니어 보이고, 대단히 새롭고 세련된 로고를 만든 것도 아닌 것 같다. 당시 기술적 문화적 흐름에 충실하게 따른 로고라고 보이고 지금 기준에서 분명 다듬고 개선할 부분이 많다.
좀 더 대한항공다운 정체성을 고민하고 반영하여 언젠가는 했어야 하는 리뉴얼이긴 하다.
때마침 아시아나 항공과 인수 합병 하면서 이제 아시아나 항공 기체 도색을 싹 다시 해야 하는데, 지금만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리뉴얼 타이밍은 없을 것이다. 국내 유일 국적기 위상도 되었고 규모도 커졌으니,새로운 대한항공의 창창한 미래를 위해!
라는 명목도 훌륭하다. 그래서 진행한 거겠지? 오케이 리뉴얼 시기도 납득됨.
https://youtu.be/98hJtKp3ErI?si=E9tUl9RocH5j895F
그런데 리뉴얼의 결과물을 보니, 리뉴얼 방향성에 의문이 남는다. 정말 대한항공스러운 디자인인가? 정말 2025년에 걸맞은 리뉴얼인가?
분명 모던해지고 예전 로고에 비해 많이 현대화되었다.
그런데, 새롭게 리뉴얼된 로고를 보니 어딘가 뭔가 왜인지 모르게 이전 로고가 그립다.
이 리브랜딩은 어떤 관점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무엇이 아쉬운 걸까?1. 대한항공의 유산을 계승하지 않았다.
리뉴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걸 현대적으로 다듬는 거다.
그런데 이 로고,, 뭔가 완전히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이 로고를 딱 본 순간 디자인의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이건 100% 디지털 진화적인 디자인을 의도한 것이다.
2D 단색. 굵기의 차이가 없는 산세리프 폰트, 원형에 들어가는 단순한 형태의 태극 심벌. 그리고 단순한 로고 뒤에 그러데이션 3D 그래픽까지.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작은 디지털 화면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가장 비중이 큰 접점이었다. 광고매체로 보면, 로고를 작은 디지털 화면에서 볼 일이 가장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고는 작은 곳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작은 화면에서 식별 가능해야 했다. 읽을 수 있어야 했고.
이전 폭스바겐 로고(왼) 리뉴얼 후(우) 이전 생로랑 로고(왼) 리뉴얼 후(우)
그래서 대형 스크린이나 대형 옥외광고에서나 적합했던 복잡한 색상이나 입체적인 표현은 사라지게 되고 장식적이고 얇은 글자들도 읽기 좋은 적당한 굵기의 차이가 없는 폰트로 변화되는 트렌드가 있었다.
대한항공도 이 트렌드를 따라갔다고 보인다.실제로 대한항공은 비행기 기체와 비행기 좌석 빼고도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가지고 있다.
평면 광고판도 굉장히 많을 것이고, 휴대폰이나 키오스트에서 티켓 발권 예매도 그렇고,,, 탑승 창구 안내까지, 평면상에서 유연하고 확장적으로 활용 가능한 그래픽으로 리뉴얼된 것이다.태극 인스파이어드 그래픽 그래서 배경으로 깔리는 그래픽도 있으니 그 위에 올라가는 로고는 쫌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좋아 그러니까 50년 전에 로고는 이런 다양하게 변화하는 소비자 접점을 고려하여 어떻게 응용될지 고려한 것이 아니니까 이번에 그걸 싹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로고의 특징을 싹 바꿔버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고민할 지점이 있다.
첫 번째. 그럼 기존 로고는 이런 매체에 아예 대응될 수 없었나?
아니, 잘- 대응하고 있었다.
대한항공 기존 로고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매체의 확장은 대한항공에서 끊임없이 추진하고 사용하던 서비스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있어서 단일 색상으로 태극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하는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다.그러데이션이나 3D 그래픽과도 잘 어울린다. 작은 매체에도 잘 어울린다.
이미 50년간 로고를 활용하여 어떤 식으로 다양한 매체에 적용할지 고민했었기에 제약은 있더라고 충분히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었다.
파비콘 같은 작은 부분에서도 이전 심볼이 더 강력하다
두 번째. 이제 와서 모바일 친화를 이렇게 강하게 외치는 방향이 맞을까?
그 트렌드는 2010년 정도부터 플랫디자인 트렌드와 함께 10년 넘게 지속되다가 이제 브랜드 간의 모습이 너무 비슷해지다 보니까 다시 식별력과 개성이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예를 들면 원래 버버리는 이런 로고였는데, 너무 복잡하니까 작은 화면에서는 정말 로고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2018년에 플랫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 이렇게 바꿨는데당시 다른 패션 브랜드들도 다 이렇게 바꾸니까
이젠 뭐 모바일/ 디지털 친화적인 방향으로만 가다가는 브랜드 식별력 자체가 없어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버버리는 다시 2023년에 다시 초창기 헤리티지를 살리면서도 모던한 계승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자기 개성 다 버리고 모바일과 디지털 친화만 외쳤던 로고 리뉴얼 트렌드가 다시 헤리티지를 살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디지털과도 적절히 융화되는 현대화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서 대한항공은 이제야 과거의 전통 따위, 헤리티지 따위 버려버렸다. 깔끔하게 엎어버렸다. 50년 넘게 사용해 오던 개성 있는 폰트에서 계승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물론 1980년대 당시에 뭐 대단히 신중하게 심사숙고하여 대한항공의 정체성을 담은 폰트를 만든 건 아닌 것 같다만, 로고에 충분히 개성이 있고, 지난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여 전 세계인에게 인식되던 로고의 유산은 정말로 값진 것이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좋은 유산.
로고를 디지털 친화적이고 모던하게 바꾸겠다고 이렇게까지 디자인 유산을 싹 다 버리는 건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던 시대에나 먹혔던 급진적이고 실패한 전략이다.
2023년 정도부터는 다들 회기 중이라니깐, 다시?지금 로고 안 바꾸고 있었던 프라다나 구찌 같은 친구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신념도 시키고 유산도 지키고 식별력도 갖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이런 와중에 대한항공을 리브랜딩 할 것이라면, 있는 유산을 잘 정돈하는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헤리티지를 버린 점, 50년간의 브랜드 이미지를 초기화 한 점에서 한발 늦게 극단적인 디지털 친화를 한 것 같다.
유산을 보존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자 좋아 식별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바일/디지털 친화적인 방향성으로 가겠다 이거지. 그럼 디지털로 가는 방향성은 이유가 있을까?2. 주요한 소비자 접점을 간과했다.
모바일 체크인, 인터넷 예매 등등 예전에 비해 사용자 경험적인 측면이나 브랜드와 소비자 접점의 측면에서 디지털 매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비행기 내부에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요소도 많아지고, 모닝캄 잡지부터 앱까지 대항항공이 가진 소비자 접점은 정말 다양하다. 이 모든 걸 50년 전 로고를 만들 땐 고려하지 않았으니 이번 리디자인에서 그쪽으로 방점을 두는 것도 어느 정도 납득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실제로 디지털 매체나 평면 매체 부분에 있어서는 뒤에 그래픽이나 폰트, 색상이 굉장히 잘 맞는다. 아주 모던하게 잘 만든 것 같다.
하지만 항공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가 뭐래도 비행기이다.
대한항공의 로고를 떠올려봐도 대한항공 앱 아이콘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공항 밖 창문에서 처음 봤던 그 비행기에 적혀있는 로고가 기억이 난다. 각인의 힘이다.
대한항공을 예매하기 위해서 깔아놓은 앱이 매일 확인하는 내 폰에 메인 화면에서 보인다고 해도 그건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공항에서 봤던 대한항공 비행기의 이미지와 색상은 선명하다.
여행이라는 설렘,
누군가에게는 첫 비행이라는 기분 좋은 충격,
휴먼 스케일을 벗어난 거대한 물체에서 오는 경외감,
누군가에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
이 모든 감정을 겪으면서 보게 되는 것이 비행기 본체에 붙어있는 로고이다.
빈도는 적을지언정 대한항공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접점인 것이다.
그런데 리뉴얼된 로고는 디지털 친화에만 방점을 찍다가 보니 정착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깊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체에 표기하기엔 적합하지 못한 디자인이 되었다.
태극 심벌 로고는 면이 아닌 선이라 아무리 크게 키워도 기존보다 잘 보이지 않고, 폰트 역시 얇아져서 굵게 보이게 하기 위해 폰트 사이즈를 키우니 KOREAN AIR를 다 쓰면 너무 본체 전체를 덮는 느낌이 난다.
결국 디지털 매체를 신경 쓰느라 정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비행기 기체에 표기하기 적합한 로고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자 접점을 간과했다.3. 태극 심벌에 대한 맥락이 없다.
대한항공이 공개한 리뉴얼 영상을 보면 '우리는 태극에서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한항공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태극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태극의 시안
태극 문양을 보면 안과 바깥쪽에 '아주 아름다운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형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 민속 문화인 '상모놀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상모놀이?
이게 대한항공이나, 비행기 혹은 항공업계와 관련이 있는 연상인가? 상모놀이가 대체 어느 부분에서 대한항공 태극 마크와 접점을 가지는지 알 수 없다. 진짜 뜬금없다. '태극'-> '움직임' -> '상모놀이'
상모는 한국적인 것이니까 대한항공과 연결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 있나?
자 그럼 이렇게 예를 들어 보겠다.
영국 국적기에 로고를 만드는데 유니온 잭은 길쭉한 선이 있다. 길쭉한 선들은 쭉쭉 뻗는 역동성이 담겨있다.
마치 영국 전통 음식은 피시 앤 칩스에 길쭉한 감자튀김이 떠오른다.
로고에 피시 앤 칩스의 의미를 담아야지.영국의 피쉬 앤 칩스에는 아름다운 역동성이 있어요. 자 이게 맞아?
상모가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도 별로지만, 더 별로인 점은 한국적인 것을 가지고 오기 위해 또 조선시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새로운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미래를 위해 리브랜딩을 하는 거라고 했으면서 이미 망해버린 왕조의 유산을 가지고 오셨다. 조선항공 아니고 대한항공이다. 한국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조선시대로 가서 오방색 가지고 오고 상모놀이 가지고 오는 건 디자인과 친구들이 입시할 때 초등학교 때나 하는 고민이다. 문화부터 기술까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지금 한국을 담은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진짜 별로인 점은 그 상모를 연상한 과정이 너무 일차원적이라는 것이다. 태극의 외곽선을 따서 만든 조형의 겉모습만 보고 상모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태극무늬의 본질인 음양의 조화, 붉은색과 푸른색 면이 서로 융합되는 형태를 상징화 한 태극의 본질은 버리고,
그 태극의 외곽선을 따서 그렸더니 뭔가 원형에 쏙 들어가는 S자 형태에 모양이 나왔는데
이게 상모 돌리는 저 하얀 선이랑 뭔가 비슷하게 생겼네? 한국 전통 어쩌고라니까 끼워 맞춰봐? 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옥에서 모티브를 땄다고 해서 63 빌딩 지어놓고 위에 기와지붕만 얹은 꼴이다.
겉모습의 어떤 요소만 비슷하게 보이면 차용해 왔다고 우기는 거지. 그건 깊이 있는 고민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한옥에서 모티브를 땄다. 사랑채와 안채, 마당이 있어서 다른 쪽에서 다른 쪽을 바라볼 수 있고 안과 밖이 창을 통해 연결된 것 같은 구조와 사용성. 거기에서 형성되는 사회적인 관계를 이해했다.
그래서 아무래 건축물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고, 마당에서 모티브를 딴 중정이 있는 것이다. 한옥의 구조와 사용성, 의미와 관계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 적용하니 기와 한 장 안 쓰고 한옥의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잘 녹여냈던 것이다.참고로 이 건축가도 외국인이다. 꼭 한국인이라고 한국적인 것을 고차원적으로 이해하고 외국인이라고 한국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한항공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 대한항공 태극 심벌은 태극 말고 무슨 다른 의미가 있었냐고?
있었다.
예전 대한항공의 태극 문양은 태극기의 문양과 다르다. 중간에 흰색 영역이 있는데, 이게 리뉴얼되기 전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이렇게 적혀있었다.대한항공 심벌마크는 태극문양을 응용하여 역동적인 힘을 표현하고, 프로펠러의 회전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강력한 추진력과 무한한 창공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태극 -> 역동적인 힘 -> 프로펠러.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프로펠러가 비행기랑 관련이 있잖아. 비행기와 대한민국을 합치니까 대한민국 국적기가 나온다는 거 아닌가. 얼마나 직관적이야. 억지스럽지 않다. 설명 듣고 보니 흰색 프로펠러가 태극 안에 있는 게 잘 보인다.
그러니 대한항공의 태극 문양은 태극기와도 다르고 정부기관 심벌과도 다르고 팹시(?)와도 다르다.차라리 정부 마크가 태극의 역동성을 더 잘 이해하고 계승한 결과다. 그럼 대한항공의 태극은 한국을 의미하는 태극과 항공사의 정체성을 담은 프로펠러의 조합이다.
이게 계승할 유산이고 가치이다.
의미적으로나, 맥락적으로 이전이 훨씬 났다. 상모가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미래를 향하는 리뉴얼을 맥락과도 맞지 않고, 대한민국스럽지도 않으며, 항공사나 항공 업계와도 관련이 없다. 하늘과도 관련이 없다. 서비스와도 관련이 없다. Excellence 와도 관련이 없다. 여행과도 관련이 없다.
영감의 원천을 가지고 온 설득력 있는 맥락이 없는 것이다.
4. 한국인 관점에서 점검을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 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브랜드이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의 비중이 가장 많을 것이고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소비자다. 그럼 한국 사람에 경험과 눈높이에서 이게 어떻게 보이는지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폰트.
코리안 에어 산스를 만들었다. 국문하고 영문을 지원한다. Air 다 보니 뭔가 깃털처럼 가볍고 날아갈 것 같은 산뜻한 느낌이 느껴진다.그리고 이 폰트에서 특히 저 ㅎ을 되게 많이 강조했다. 포인트인 거 같다. 그런데 고급스럽거나 묵직한 느낌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며 서울 사는 사람이라면 어딘가 모르게 기시감이 든다.
서울 남산체로 쓴 대한항공
이거 서울 공공장소나 지하철 역사 등에서 자주 봤던 포인트인데? ㅎ
물론 디테일은 한참 다르지만, 이걸 경험한 사람이었다면 공공기관 폰트가 연상되는 포인트를 가진걸 알아 차릴 것이고 이걸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리고 대단한 포인트라고 짚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폰트에서 강조했던 조형이라,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대한항공만의 차별화된 폰트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독성에만 치중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이 korean. 다른 나라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 눈에는 한국어/한국인으로 보이지 않는지?
난. 한국인이다.
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ㅋㅋㅋ웹 번역기 돌려도 '한국어'라고 번역되는데 이거 정말 난감하다.
한국인이 이걸 보고 어떻게 느낄지 크게 신경 쓴 것 같진 않다. 한국 국적기 로고 디자인인데?
확실히 한국인이 디자이너였다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갔을 요소들이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왜 이 에이전시에게 맡긴 걸까?
https://www.lippincott.com/work/korean-air/ Lippincott는 델타 항공 리브랜딩을 맡은 적도 있는 실력 있는 곳이다.
Korean Air
Lippincott worked with Korean Air to create an ambassador for modern Korea. See the work.
www.lippincott.com
항공사 브랜딩을 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에이전시라는 점은 대한항공 입장에서 에이전시를 선정할 때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항공사라면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소비자 접점이 있는지, 거기서 고려되어야 할 그래픽 응용은 무엇인지
예를 들면 항공사 라운지의 벽에는 어떤 그래픽이, 항공기 보잉 787 내부 화장실 벽은 어떤 소제로 프린팅이 가능할지 이런 고민들을 다 해본 에이전시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깊은 고민들을 우리가 다 이해하긴 어렵다. 아쉬운 지점은 한국적인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경험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이 이 브랜딩을 하는 것에서 우리가 살짝의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 : 리브랜딩 방향성이 뾰족하지 못했다.
외국 에어전시에게 맡겨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 는 건 쫌 큰 오해다. 결국 에이전시들도 클라이언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종 결정권자의 안목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대한항공 리뉴얼을 보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것은 뭔가 선례를 따라가려 하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지만 주도적으로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고민한 흔적은 거의 없었다.
대한항공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국적기로써의 정체성을 강화하자! 는 방향성도 아니어 보이고,
인수합병으로 인해 아시아나 브랜드와 대한항공 브랜드를 품는 새로운 통합 브랜드의 출범! 도 아니고
어떤 유산을 계승해야 하는지, 2025년에 걸맞은 시대적 요구와 트렌드가 무엇인지 이런 고민은 없다.
블로그의 첫 번째 글인 OPEN AI 사례만 보아도 얼마나 기업 스스로가 스스로가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브랜딩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번 대한항공 브랜딩의 키워드는 그나마 '디지털 포커스'인데
항공업계에 적합한지도 모르겠지만 '디지털 포커스'는 이제 다들 기본으로 하는 거고 그 안에서 다시 유산을 찾는 고민을 하는 중이라...
딱 10년 전에 리브랜딩 했으면 좋은 디자인이었을 것 같다.
오늘은 대항항공의 로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로고 이외의 응용 디자인들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비행기를 제외한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접하게 되는 영역에서 브랜드 전개와 관리를 잘해나가는 시발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로고는 안 이뻐도 계속 보면 뇌이징 된다. 그렇지만 브랜딩은 아니다. 로고 아쉬우니까 훌륭한 브랜드 경험으로 우리의 인식을 바꿔주길 바란다.
+
아 원래 좋은 디자인만 아카이빙 하려고 했는데 이번 내용은 좋은 디자인 사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여기서도 배울 점이 있으니까. 브랜드 아카이브에 가지고 왔다. 다들 반응도 뜨거우니까 안 얘기할 수도 없고!
우리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
대한항공은 민간기업 한진 KAL의 항공사 브랜드이지만, 국적기이다.
우선, “국적기”란 무엇일까?
국적기(Flag Carrier)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의미로 사용된다.
1.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항공사
2. 그 나라 정부의 허가로 국제노선을 운항
3. 해외에서 그 나라의 ‘얼굴’처럼 여겨짐
과거에는 대부분 정부가 직접 소유하거나 대주주였지만, 요즘은 민영화됐어도 여전히 “대표”로서 기능하는 민간기업이 많다.우선 역사적으로 그렇다. 대한항공은 원래 대한항공공사였다. 민간 기업에 넘어간 뒤로도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에 이름에 대한, KOREAN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정말 드물다. 정말 없다. 기껏해야. CJ 대한통운 정도가 '대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대한'통운이지만 한국 이미지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 CJ에 인수되고 난 이후로 'CJ'의 통합 브랜딩 아래 계열사 이름만 남아있고 사실상 '대한'이 강조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니 대한항공처럼 민간기업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극히 드문 매우 특수한 일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정부와 연계하여 국가를 대변하는 활동도 많이 한다.
정리하자면,
✈️1. 국가 주도 설립 + 역사적 상징성
• 1969년: 정부 주도로 민영화 → 원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민간기업
• 그때부터 정부는 대한항공을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 밀어줌
• 국제 항공 노선 배분, 공항 슬롯, 홍보 등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2. 실질적으로 대표 역할 수행
• 외교 사절단, 해외 국빈 방문, 군수물자 수송, 대규모 교민 수송 등에서 자주 쓰임.
• 예: 1997년 IMF 사태 당시 금 모으기 운동 지원, 2020년 코로나 마스크 수송
✈️3. ‘대한’이라는 브랜드명 + 애국적 이미지
• 국호를 직접 이름에 쓰는 브랜드는 매우 드묾.
• 외국인이 “Korean Air”를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라고 자동으로 인식함.
✈️4. 정부 위탁 운항과 정책 연계
• 해외 재난 시 정부의 교민 수송 임무 등을 맡기도 하고,
• 노선 배정이나 국제 항공 협약에서도 대한항공은 한국 국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
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민간 기업이지만 국가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한항공의 리브랜딩을 바라볼 때 어떤 민간 기업이 로고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리를 대표하는 로고를 바꾼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깔려있을 수 있다. 이건 대한항공이라는 어떤 민간기업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랑스럽고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뜻이다.
'Brand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NDISK (0) 2025.03.09 Polestar (0) 2025.02.15 Open AI : 2025 re-branding (1) 2025.02.10